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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SI 개발자의 23년 상반기 회고

코딩파이 2023. 7. 1. 20:25

썸네일 아이디어가 없어 급하게 넣은 이전 그림...

 

230701

7월 1일, 올 하반기의 시작은 운 좋게 주말이었다. 다행히 회사 일도 바쁘지 않았기에 이번 주는 올 상반기 회고와 휴식을 갖고자 했다. 여유롭게 늦잠과 점심을 먹고 커피까지 내려 책상 앞에 앉았지만 글은 계획처럼 써지지 않았다. 이미 올 상반기의 목표들과 그 결과들이 머릿 속에 있었기에 점수를 매기며 글을 쓰는 일은 금방 할 줄 알았는데 말이다.

결국 한 줄도 못 쓰고 고민하던 끝에 나의 이전 회고들을 읽어보았다.

 

작년을 돌아보니

지금 내가 작년을 떠올렸을 때, 작년은 나에게 그저 힘들었던 한 해 였다. 그 중 가장 잘한 결정은 지금의 회사로 이직을 한 일 이었고, 그 상황에 어떻게 글을 썼는지 참고하기 위해 글을 찾아봤다. 그리고 내용은 내 기억보다 자세하고 아팠다.

오늘 쓰려던 회고가 상반기의 목표와 그 결과를 적는 일종의 보고서 였다면 작년의 글을 한 편의 이야기였다. 겪었던 여러 사건들이 있었고 그 시기를 지나며 남겼던 일종의 생존일지 같았다. 부정적인 상황과 그 생각을 적어낸 내 글에는 어떻게 적어야 할 지에 대한 많은 고민이 보였고 그 때의 감정이 생각나서 마음이 먹먹해졌다.

글을 어떻게 적어야 할 지 한참을 고민 후, 두 번째 문단을 끝낼 수 있었다.

 

목표 결과는 적지 않으려 했으나…

작년의 감정에 잠겼을 때에는 이번 회고에는 목표와 결과를 완전히 빼려고 생각했었다. 단순한 목표와 결과보다 지금의 감정과 생각들에 집중하는 것이 더 좋겠다 생각해서였다. 그런데 작년에 나는 올해 그렇게 보내길 바라지 않은 것 같았다.

올해 목표는 크게 공부, 운동, 취미를 꾸준히 하는 것 크게 세 가지였는데, “그렇게 우울했던 작년에 왜 이런 목표를 세웠을까?” 라고 고민해보니 올 해는 작년보다 좀 더 건강하고 보람찬 한 해를 보냈음 하는 바램이 담겨있는게 아니었을까.

거기까지 생각이 닿았을 때에는 처음 계획대로 상반기의 목표와 결과를 적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우선 공부.

기초를 공부하고자 자료구조와 알고리즘을 공부했다. 지금이 아니라 경력이 생기면 평생 안할 것 같기 때문이었다. 목표는 프로그래머스 Lv3, 백준 골드 수준을 약간 푸는 정도로 잡았다.

반년 넘게 아침에 1시간, 점심시간 30분 정도를 풀었고 알고리즘이나 하고싶은 공부를 좀 더 했다. 잠도 덜 깬 아침에 문제에 집중도 못했고 몇 시간(며 칠)동안 못풀고 결국 답을 보는 문제도 적지 않았다. 덕분에 실력 대신 자괴감만 쑥쑥 늘었다. 그래도 잘한 점을 꼽자면, “이걸 왜 해야되지” 라는 생각이 매일 아침마다 들었지만 반강제로 풀다보니 정답률 높은 lv3이나 골드 수준의 문제는 가끔 풀 수 있었다.

다음으로 운동.

예전부터 운동은 하는 만큼 결과가 나온다고 했지만 나는 그 생각에 동의하기 힘들었다. 약 3~4 개월차가 되면 운동 능력이나 신체의 성장에서 항상 정체기가 왔기 때문이다. 근데 이번에 그 생각이 바뀌었다.

작년 10월 부터 운동을 시작하여 이제 9개월이 되어가는데 조금씩 발전해가고 있었다. 수치로는 작년 12월에 75kg를 넘었던 몸무게가 지금은 69kg 이하로, 체지방만 6키로 넘게 빠졌다. 지금껏 살면서 항상 오피셜 과체중 혹은 비만이었는데 이제야 정상인 범주에 들어왔다.

여기서 만족하긴 하지만 회사에 워낙 열심히 관리하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자극받아서 아마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서 꾸준히 운동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 취미.

사실 많이 못 챙겼다. 올 해도 좀 생각이 복잡한 시기가 있었는데, 그 때 퇴근 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기타니 피아노니 좀 꾸준히 해볼까 해도 독학의 한계인지 한달도 못 넘기고 그만 두었다.

그래도 유일한 성과라면 드디어 작사부터 작곡까지 완료하여 한 곡을 완성하였다. 솔직히 녹음하면서 정말 못들어줄 수준의 실력이라 그대로 포기할까 했지만 그대로 포기하면 다음은 없을 것 같았다. 결국 한참 부족한 수준으로 유튜브에 올렸었다. 하반기에 딱히 목표는 없지만 언젠가 꼭 한번 제대로 다시 녹음하고 싶다.

적다보니 내용이 길어졌다. 역시 적고 싶었나보다.

 

일과 회사, 우리 회사는 내 생각보다…

더 좋고, 더 많이 발전 할 수 있는(해야 하는)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는 나에게 회사와 일에 대해 내가 받을 월급의 가치를 해 낼 수 있도록 개발 일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전부였다. 내가 1인분의 가치를 해낼 때 까지 다른 목표와 같은 부수적인 것들은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 두 번째 프로젝트를 진행해나가고 있을 때 흥미로운 글이 회사 slack에 올라왔다.

“회고 개선 팀 모집”

나는 이렇게 회고 글을 따로 쓰는 것 처럼 지나온 시간을 돌아 보는 일은 아주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덕분에 여러 경험을 거치고 지금 먹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런 회고를 보통 회사와 같은 집단에서도 종종 진행했고 우리 회사에도 회고 프로세스가 있었다. 그런데 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 필요성을 느낀 직원분께서 글을 남겨주셨다. 회사 내에서 회고 경험이 없었기에 참여 할 지 말지 정말 많이 고민한 끝에, 첫 사전 회의에 참석하게 되었다.

그렇게 3월 중순부터 6월 말까지 함께 고민하고 노력을 낸 끝에 결국 결과물을 낼 수 있었다. 솔직히 회사가 너무 바빠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던 적이나 의견과 목표가 달라 헤멨던 적도 분명히 있었지만 함께 결과를 도출해가는 방법에 대해 많이 배운 것 같다.

자세한 회고 개선 경험은 추후 여건이 된다면 글로 쓰겠다.

첫 문제 해결을 위한 TF 팀의 좋은 경험을 갖고 바빴던 4~5월을 지나 시간이 날 즈음, 회사에서 아직 풀어야 할 문제가 더 남았음과 더 해결해 나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비교적 한가했던 6월에는 개발팀 내에서 여러 개선을 위해 개최한 회의에 전부 참여했다. 그런데 함께 많은 의견을 주고 받고 여러 시도를 해볼 수록 한 가지 고민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틀린 사람, 다른 사람

처음에는 몇 번은 나의 다른 의견 때문에 “아 나는 좀 생각이 다른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평소에도 그렇게 평범하게 살아오진 않았으니 이 부분은 사실 알고 있던 부분이었다. 다만 “내가 앞으로도 다른 회의에 참여해도 될까?” 와는 별개였다. 내 의견을 밝히는 과정에서 한 말이 공격적으로 들렸겠다 싶은 적이나, 흐름 자체를 끊거나 아예 잘못된 방향으로 몰아갈 뻔 한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우려가 내 직무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은 회의일 때는 비교적 괜찮았으나 업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이야기를 나눌 때는 예외였다. 특히 나보다 훨씬 일을 잘 하고 경력도 많은 여러 동료분들과 의견이 다름을 알게 되었을 때 “내가 다른게 아니라 틀렸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직접적으로 밝히지 않겠으나, 내 의견이 좀 더 쉽고 공부를 덜 할 수 있는 방법 과 관련된 의견이다보니, 내가 말하면서도 이건 틀린것 같다 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공부를 아주 싫어하기 때문에 개발자랑 맞지 않는다는 생각도 종종 했었고 말이다.

결국 당분간 내 의견을 바꾸고 여러 회의나 팀에 참석을 줄여야 되나 고민을 하며 오늘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생각이 정리되었다.

 

Next Step

역시 고민을 할 수록 내가 정답이 아니다 라는 생각은 변함 없다. 그러나 내가 작년의 나의 감정을 온전히 기억하지 못했던 것처럼, 나보다 경력 많고 잘하시는 분들이 정답이 아닐 수는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좋은 일, 옳은 일은 아닐지라도 내가 하고 싶은, 그리고 해야 되는 일을 하기로 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 밖에 없다면 이 일이 내가 해야 되는 일 일수도 있으니까.

덕분에 올 하반기 목표는 크게 고민하지 않고 결정되었다. 상반기부터 지켜 온 공부, 운동, 그리고 취미는 여전하게 이어 갈 생각이다. 그 외에는 회사와 커리어에서 좀 더 많은 경험과 성과를 내고 싶다.

본문에 적지는 않았지만 상반기 개발자로서 개인적인 목표는 문서화였는데, 이 부분을 좀 더 개선할 방향에 대해 더 고민중이다. 그리고 앞서 말한 내가 틀렸다고 생각했던 문제 역시 하나의 결과물을 낼 때 까지는 계속해서 시도해 볼 생각이다. 이 커리어에 대한 자세한 내용들은 올 23년 회고 때 적어보겠다.

시간이 된다면 여러분도 올 상반기의 생각을 정리해보길 권해드린다. 고민하고 글을 쓴다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지만, 또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일은 분명하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