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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독학으로 시작한 웹 개발자의 첫 이직 회고 (feat. 근황)

코딩파이 2022. 9. 12. 23:00

이직과 관련된 이미지. 사실 이전 회사는 사원증이 없었다.

0. 나는 무엇을 적으려고 하는가.

나는 이번 이직을 하면서 많은 일과 고민이 있었다.

이제는 이직을 결정해서인지, 아니면 지금 순간 일 들이 잠잠해서인지 조금 나아졌다. 그래도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이 많아 남아서 그것들을 적어보려고 한다.

1. 나는 무슨일이 있었나.

많이 힘들었다.

 연애 문제, 금전 문제, 커리어 문제, 회사 문제, 그 외에 개인적인 문제들 쌓이며 스트레스가 되었고, 쌓인 스트레스는 결국 여자친구와 다툼으로 결국 터지게 되었다.

 살면서 처음으로 운동을 하지 않고도 호흡곤란을 느껴봤다. 성인이 되서 처음으로 좋지 않은 생각까지 많이 들었다. 시도 때도 없이 쥐어 뜯은 머리 때문인지, 아니면 스트레스의 증상 중에 하나인지 샤워할 때면 수챗구멍이 검은색이 되었다.

모든 일이 하기 싫었다. 퇴근 후 바쁘게 보내던 시간과 반대로 집에서 작은 전등만 키고 죽은 듯이 며칠을 살았다. 집을 채우는건 나 대신 의미 없이 반복중이던 유튜브 영상 소리 뿐 이었다.

 이러한 증상들이 잠깐 지나가는 줄 알았지만 작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에면 주기적으로 발생하게 되었다. 진료가 비싸서, 하나뿐인 실비 보험료가 오를 수 있어서, 사실 내가 엄살을 피우는 중 이라서 등 몇 가지의 이유를 대며 힘들어도 참고 견뎠다. 결국 답답한 마음에 회사 건물 비상계단에 앉아서 쉴 때, 난간 밖에서 나를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쯤 처음 정신과를 예약하게 되었다. 다들 힘든 탓에 정신과에 예약이 많은지 예약을 하고서 진료를 받기 까지도 1주일의 시간동안 정말 힘들었다.

 의사 선생님과 긴 시간을 상담하고 무려 5만원 가까이 하는 뇌파 검사까지 받았다. 결과는 다행히 우울증은 아니었다. 우울증 전 단계쯤이며, 우울과 불안이 꽤 있다고 하셨다. 심각한 상황까진 아니지만 꽤나 힘들어 함을 아셨는지 아빌리파이 라는 약을 권해 주셨다. 우울과 조헌병 등 정신과 관련에서 자주 쓰이는 부작용이 적은 약이라고 하셨다. 그래도 약을 복용하면 보험 심사에 불리할까봐 이틀간 고민했다.

 이틀 후 뇌파 검사 결과를 확인했다. 현재 상태는 쉽게 말해 치매이거나 뇌가 지쳐서 쉬고 있는 상태 둘 중 하나인데, 내 나이를 미루어보아 후자 같다고 하셨다. 최근 집중력과 불안 때문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그 원인이 뇌 때문인가 싶었다. 그리고 결국 1mg의 작은 약을 처방 받기로 결정했다. 실비 보험의 보장을 받을 때 까지 잘 살 자신이 없어서였다.

 지금은 약을 복용한 지 약 3주 가까이 되었다. 많이 힘들던 시절보단 꽤 많이 일상이 회복되었다.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게임도 종종 했다. 근데 재미는 없어서 다시 다른 취미를 뒤적였다. 친구도 조금 만났다. 내 힘들었던 이야기, 또 내 친구들의 힘든 이야기, 그리고 항상 하던 시덥잖은 옛날 이야기를 했다. 위로가 되고 즐거운 좋은 시간들이었다. 그래도 왜인지 마음 한 켠은 무거웠다. 아직도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2. 왜 이직을 결정하게 되었나.

 나는 현재 웹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실력은 부끄러운 수준이었지만 가능성을 좋게 봐주신 덕에 현재 회사에 작년 12월에 취직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입사한지 약 2개월이 넘어가는 시점부터 이직을 계속 고민했었다. 내가 기대하면서 입사한 상황과 많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간단하게 입사 이유를 몇 가지 꼽자면 다음과 같다.

  1. 면접 경험이 좋았다. 잡플래닛 평가는 좋지 않았지만, 그 때 과장님 (현 차장님)과 블록체인 개발자 대리님께서 면접을 상세하게 봐 주셨다. 또한 내가 고민하고 있는 커리어적인 부분에서도 피드백을 받았다.
  2. 면접 본 부서는 사업기획팀 이었으며, 다양한 회사와 다양한 분야의 협업을 할 기회가 많다고 했다.
  3. 내가 배운 언어 및 라이브러리 (JavaScript, React.js)와 회사의 기술 스택 (Java, Spring)과 달랐지만, 다른 기술을 스킬업 시켜 줄 기간과 커리큘럼이 있다고 헀다.

그러나 현실은,

  1. 기대했던 업무와 달랐다. 3개월 차 부터 AI 관련 국가 수행 과제 업무를 담당했고 담당인원이 4개월간 나 혼자였으며, 당연히 협업할 기회나 상황은 없었다. 또한 현재 시장상황에 역행하는 과제 목표치 선정은 도저히 업무 동기가 되지 않았다.
  2. 협업이 전혀 없었다. 혼자 업무를 진행하다보니 코딩 관련 협업은 물론이고, 업무 자체의 피드백도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차장님은 바쁘고 대리님은 분야가 달랐기에 쉽게 물어볼 수 없었다.
  3. Java Spring 스킬업 커리큘럼은 없었다. 그래도 퇴근 후 혼자 강의를 수강해가며 최대한 공부했으나 이해하기 어려웠고, 1월 부터 넣은 관련 서적 및 강의는 결국 4개월 후인 5월에 승인이 이루어졌다.

 이 외에 몇 가지 이유가 더 있었고 결국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내가 개발자로 일 하면서, 이 회사에서 더 성장할 수 있을까?

대답은 NO 였다.

 물론 조사, 기획, 설계, 개발 전 단계에 참여하다보니 많은 부분에 자율성이 주어지고, 직접 공부하고 프로젝트를 만들어 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많은 실력이 향상 될 수 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탄탄한 기반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혼자 독학을 했기 때문에 보통 업무에서 사용하는 관습들을 거의 모르며, 기초 CS 지식이 부족하고, 정해진 규칙이 적은 React.js 라이브러리의 특성상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습득되는 지식보다 풀지 못한 의문과 스트레스가 훨씬 많았다.

 또한 8만원 짜리 강의 하나가 4개월에 걸려 승인되는 과정이나, 회사 전체의 분위기가 침체되어 있다고 느꼈다. 물론 우리 팀의 경우는 유능한 차장님과 팀원분들이 계셔서 분위기는 괜찮다고 느꼈지만 회사 전체의 분위기와 관습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이직을 결정했다.

3. 어떻게 이직하게 되었는가.

 6월경 부터 포트폴리오 사용 할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이전 첫 취직 할때에는 제대로 기술도 준비되어 있지 않고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방법도 몰랐기에 이직을 위한 포트폴리오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물론 회사에서 만든 프로젝트를 포트폴리오로 사용한다면 좋겠지만 보안상 문제가 될까봐 단 세줄의 요약 뿐 어떠한 추가 정보도 적지 않았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드는 데에는 한 달이 좀 넘게 걸렸다. 이 기간 동안 퇴근 후 4시간 가까이 프로젝트에 매달렸다. 솔직히 규모만 보면 한달이나 걸릴 프로젝트가 아니긴 하지만 처음 써보는 다양한 시도를 하다보니 삽질한 시간이 적지 않았다. 그렇게 새벽 3시가 넘어 잠에 드는 생활이 계속되었다.

 프로젝트를 얼추 완성하고,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는 데에도 한 주가 소요됬다. 개발사의 이력서는 회사별로 자소설을 작성하는 경우가 드물어서 어떻게 보면 효율적이다. 다만 프로젝트 포트폴리오가 꽤나 고역이었는데, 프로젝트를 필요한 내용들을 전부 추가하고, 많은 문제상황을 보기 좋게 정리하며, 완성된 하나의 포트폴리오 문서로 만드는 일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프로젝트 포트폴리오의 경우 설계와 기술별 요약 코멘트만 남길 수 있었지만, 그 때 당시에는 **“이왕 제대로 만들어서 수익화도 시커보자!”**라는 꿈이 있었기 때문에 소스코드 자체를 공개하지 않았고 코드를 보지 않고도 내가 사용한 기술과 고민들을 잘 녹여내야 했었다. 이 때는 좀 더 여유롭게 이직 준비를 할 수도 있었지만 하루 빨리 이직을 하고 싶어 여전히 무리하면서 이직준비를 했다. 당연히 수면시간이 3시가 넘어갔다.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고 나서 나름의 기준을 갖고 이력서를 넣었다. 특히 개발 팀과 개발 문화를 중요시 보면서 이력서를 많이 넣었다. 아무튼 7월 초 부터 8월 초 까지 한달이 가까운 시간 동안 약 50장의 이력서를 접수했다. 근데 정말 많이 떨어졌다. 제대로 된 지원 결과에 대한 회신 자체가 없는 회사도 꽤 많았으며, 두어번의 면접까지 봤지만 기술 면접에서 CS 지식 (Computer Science) 에서 제대로 대답도 못한 탓에 면접도 빈번히 망했다.

 이 기간 동안 회사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기능이 추가 될 수록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지, 근본적인 설계부터 잘못된 것이 아닌지와 같은 내 실력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었다. 또한 나름대로 긴 시간 신경써서 준비하고 지원한 회사들은 전부 탈락하니, 고민은 의심과 불안으로 바뀌었다. 결국 내가 개발자를 앞으로 할 수 있을지와 같은 근본적인 불안과 의심이 계속해서 있었고, 많은 스트레스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그렇게 병원을 다니며 이직은 잠깐 쉬기로 결정했을 때, 마지막으로 지원했던 몇 개의 회사 중 하나에서 연락이 왔다. 당장 면접을 끝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우선 병원부터 가야겠다는 생각에 일주일 뒤로 면접을 잡았다. 그래도 상황이 호전되기 까지는 부족한 시간이었고 불안증세가 꽤 남은 상태로 면접을 봤다.

 

 면접은 손코딩 시험 30분 가량과 인성 및 기술 면접으로 이루어졌다. 면접 분위기는 편안했다. 앞서 면접을 본 회사들처럼 개발 팀에서 여러 명이 참여하여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상세하게 파고드는 대신 아이스 브레이킹을 시작으로 인성면접 → 기술 면접의 순서대로 진행되었다**.** 인터뷰어 분은 많은 경력을 가진 리더급 직원분은 아니셨지만 편안한 분위기에서 면접을 진행해주셨다. 그래도 책상 아래서 불안하게 움직이는 손과 발은 어쩔 수 없었다.

 면접 과정 자체가 전부 인상깊었지만 그 중 중요한 순간을 꼽자면, 인성 면접에 대한 질문 중 “단점은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이 있었다. 거기서 나의 여러 단점 어떤 것을 말할까 고민했고, 나는 오류 지속 상황에서의 스트레스 관리 부족 이라고 답변했다. 그리고 최근에 스트레스로 인해 상황이 어려웠음까지 솔직하게 털어놨다. 다행히 입사를 앞둔 시점 꽤나 나아진 상태이지만 그 때 당시에는 사실 입사가 되었는데 상태가 호전되지 않으면 어떡하지에 대한 고민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 답변을 털어 놓았을 때 가볍게 이해하고 넘어가주신 인터뷰어분 덕분에 답변 이후 면접에선 손과 발이 조금은 잠잠해졌다.

 결국 면접 전 수행한 손코딩 시험은 여전히 불안했지만 면접 자체는 처음으로 망했다는 느낌 없이 끝내고 귀가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코로나에 확진이 되고, 그 이틀 뒤 회사에서 합격 메일 받았다.

4. 왜 현재 회사로 이직을 결정하였는가.

사실 이직을 결정한 회사엔 미안한 일이지만, 합격 통보를 받고도 이직 결정에 대한 망설임이 있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웹 에이전시 (SI) 회사이다. 쉽게 말해 외주 회사이며, SI 회사에서는 실력을 향상시키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반면에 현재는 서비스 회사처럼 개발과 이슈대응, 기능추가와 같은 방식으로 업무중이었다. (물론 불만은 아주 많았다.)
  2. 연봉이 조금 아쉬웠다. 따로 연봉 협상이나 질문 없이 내가 생각한 기준의 최소치로 합격메일과 함께 전달받았다.
  3. 회사 소개 페이지에 적힌 일하는 방식의 부분에서 실제와 다른 부분을 면접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래서 결국 고민 후, 연봉협상을 제안하였다. 처음 경험해 본 일이었지만 회사 내부의 연봉 테이블이 존재할 수 있고 길게 논쟁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약간의 금액을 인상해서 먼저 연봉인상을 제안드리는 형태로 메일에 회신하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흔쾌히 연봉 인상을 수락해주셨다. 사실 근거 없이 연봉 인상 거부만 아니라면 입사 여부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었겠으나, 수락까지 해 주신 마당에 더 길게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생각을 정리하고 입사 의사를 메일로 회신하였다. 결과적으로 이번 회사에 입사하게 된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면접 경험이 좋았다. 편안하게 면접을 진행한 경험도 좋았지만, 내가 질문 한 회사의 단점이 될 수 있는 부분 또한 솔직하게 답변해주신 점이 마음에 들었다. 또한 시니어 개발자분이 계시지 않아도 인터뷰어 같은 선임 분들과 함께 일한다면 즐거울 것 같았다.
  2. 에이전시 회사라 여러 분야의 업무를 해 볼수 있는 점이 나에겐 강점이라 느꼈다. 아직 정확히 일하고 싶은 분야나 도메인에 대해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분야를 경험하면서 희망 분야와 내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확립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다.
  3. 급여 및 복지가 개선되었다. 앞서 말한 연봉 협상과 더불어 회사 사옥이 마음에 들었다. 회사의 색깔과 정체성을 담아 설계한 회사의 사옥은 사실 짧은 시간내에 많은 성과만을 위한 에이전시 회사에는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비효율적이고 낭만적인 부분이 온전히 회사 구성원을 위한 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이유들로 입사를 결정하고 입사 하루 전 날을 앞두고 있음에도 아직도 불안과 고민은 남아 있다. 특히 내 실력에 관한 고민이 컸는데, 현재 이직할 회사의 기술 일부를 공부하는 중 오랜만에 새로운 기술을 학습해서인지 생각보다 어렵고 진전이 더뎠다. 에이전시 회사이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업무를 해내야 할 텐데,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그럼에도 다시 생각해보면 불안보다 설렘이 조금 더 앞선다. 회사에서 느끼는 설렘이 과연 며칠, 아니 몇 시간이나 갈지, 내 실력과 앞으로의 커리어에 또 좌절하게 될 지는 아직 모르지만 그래도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설렘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오늘은 이 불안과 설렘을 온전히 즐겨야겠다.

 

 마지막으로 합격 메일에서 전달받은 입사 사유를 끝으로, 나에 대한 확신을 조금 더 새기며 글을 마무리 한다. 부디 이 글이 무사히 블로그에 업로드 되고 다음 이직 글은 꽤나 먼 미래에 다른 내용을 갖고 돌아오길 기원해본다.

저희가 ***님께 면접 결과와 함께 입사제안을 하는 것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자기 자신과 일에 대해서 객관적인 편이며,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시도하는 모습이 저희 **** 회사의 컬쳐핏, 인적성이 맞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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