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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회고: 2022년을 보내며

코딩파이 2023. 1. 8. 01:05

2023년 기념(?) 그림

#0 너의 올해는 어땠어?

 지금까지 나는 나의 과거를 꽤 잘 돌아보며 살아왔다.

 군대를 전역하고 많은 결정과 도전을 했던 그 순간들 모두 흘러가는대로 살기보다 나름 치열하게 과거를 돌아보고 고민했던 순간들이었기에 그 동안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나름 기억하고 있었고, 또 누군가에게 말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 결정의 순간들은 기억나지만 100개가 넘는 이력서 끝에 개발자로써 처음으로 취업하게 된 12월 말, 그때의 나는 무슨 감정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떄문에 올 한해는 어땠는지,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또 23년은 어떻게 살아갈 게획인지를 기억하기 위해 글을 남기기로 했다.

 

#1 22년, 상반기는 어땠더라?

 상반기 겨울은 별 탈 없이 지나갔다. 아니 오히려 행복하게 느껴졌었다. 

 22년 2월에는 서울에서의 자취를 시작하고 첫 이사를 했었다. 월 30에 3평짜리 집에서 3년간의 생활을 끝내고 7천만원 짜리 반지하 집에 전세로 들어갔다.

 서울로 상경한 이후 조금씩 모아놓은 돈과 대출을 받아 마련하게 된 이번 집은 세탁기도 야외에 있고 환기도 어려운 반지하였지만 5평 남짓한 1.5룸의 넓은 주방을 가진 아늑한 공간이었다. 이 주방에서 중고로 구매한 커피 머신으로 커피를 내려먹을 때면 그간 3년간의 생활이 조금은 의미있었구나, 하는 안도감과 행복을 느끼게 했다.

 물론 그 행복감은 얼마 안가 사라졌다. 여러 문제들이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말이다.

 

#2 지독하게 힘들었던 "그 해 여름은"

 지난 3년을 함께한 여자친구와 헤어졌었다. 서울에서 자취한 시간을 오롯이 함께 했던 여자친구의 빈 자리는 생각보다 너무 컸었다. 해방감 따위는 전혀 없었고 그저 떠나간 빈자리 때문에 도저히 밥이 넘어가질 않았다.

 회사에 대한 회의감도 생겼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신청한 강의가 승인되기 까지 4개월 가까이 기다려야 했고, 내가 진행했던 프로젝트 조차 오로지 혼자 조사부터 기획, 개발까지 모든 일을 맡아서 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온 결과물이 의미있는 수준이라면 달랐겠지만 실력이 한참 모자라는 주니어 수준에서 혼자 만든 결과물이 의미있을리가 없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이직을 결심하고 퇴근 후 몇 시간씩 이직을 위한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불안과 초조함을 원동력 삼아 프로젝트를 완성해나갔고, 건강을 바치면서까지 이직준비를 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급하게 만든 프로젝트는 서류 통과를 위한 매력도 없었고, 운 좋게 면접을 보더라도 바닥 수준인 기초 지식 때문에 합격 한 번 할 수 없었다.

 내가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쥐어짜낸 노력이 물거품이되자 완전히 멘탈은 완전히 무너저버렸고, 결국 정신과를 찾았다. 평소 아파도 병원비가 아까워 병원을 잘 가지 않았지만 이대로 병원비를 아끼다간 그 동안 모아놓은 푼 돈을 쓸 기회조차 없겠다 싶어서 내린 결정이었다.

 그렇게 의사 선생님의 상담과 다시 만난 여자친구 덕분인지, 아니면 단순히 운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마지막으로 지원한 몇 개의 회사들 중 하나에 최종합격을 통보받았다. 그렇게 불안과 설렘을 안고 첫 이직 후 회사 생활이 시작되었다.

 

#3 첫 이직 그 후…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 회사에 다니면서 내가 이 회사에 기대했던 부분 보다 훨씬 더 많은 부분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이직한 지금의 회사는 에이전시 회사였기에 정말 많은 개발자분들이 있었고, 하나같이 정말 실력있고 멋진 분들이었다. 막히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옆자리, 그것도 안된다면 더 잘 아실 것 같은 분께 찾아갔고, 다들 바쁘셨지만 자기 일 처럼 고민하고 문제 해결을 도와주셨다.

 협업이나 코드 퀄리티 같은 에이전시 회사의 고질적인 약점은 존재했지만 이 또한 보완해나가고 있었다. 내가 입사하기 이전까지는 보통 한 명의 직원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식이었다면 입사 이후 시점 즈음 부터는 협업 경험을 위해 두 명이 두 개의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는 형식으로 변경되고 있었다. 또 한달에 한번, 이슈나 문제점을 나누는 시간 등 모두가 더 나은 개발 실력과 경험을 갖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물론 시작하는 초기이고 다들 바빴기 때문에 완벽한 문화와 프로세스는 아니었지만, 더 발전시키려는 노력 덕분에 나 또한 직접 참여하여 더 나은 문화를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훌륭한 동료분들 덕에 나 또한 등떠밀려 앞으로 나아가게 되었는데, 우선 회사 직원분들 절반 이상이 바쁜 와중에 운동도 하시는 탓에 23년 즈음 부터 계획한 운동을 22년 10월경 부터 시작할 수 있었다. 운동을 시작한지 3개월이 지난 지금도 운동을 갈 때면 욕을 한가득 하며 집을 나서지만, 어찌 되었든 이러한 삶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동료분들을 떠올리면 차마 그만두고 나태해질수는 없었다.

 그리고 나에 대한 기대치와 부담은 줄이고자 노력했다. 그간 퇴근 후 숙제처럼 진행했던 개인 공부는 조금씩 나를 성장시키긴 했지만 스트레스 또한 차곡히 쌓여갔다. 퇴근 후 공부가 싫어 미루고 미루다가 11시 무렵 책상에 앉아 1시가 넘는 시간까지 공부를 하곤 했는데, 이렇게 2시간이 넘는 공부를 끝내도 만족스럽게 잠자리에 든 적이 거의 없었다. 공부 시간을 늘려봐도 오히려 늦게 잠에 들게 된 하루의 마무리를 원망하기도 했다.

 결국 공부시간을 줄이는 대신 일찍 일어나 아침에 공부하고 출근을 선택했다. 이렇게 해야만 퇴근 후 숙제같은 삶을 해결하고 만족스럽게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겠다 싶어서였다. 물론 줄어든 공부시간과 졸린 상태로 시작한 공부는 성과가 나오지 않고, 매일 아침 한숨과 한탄으로 하루를 시작하지만 그래도 퇴근 후 마음은 편해졌다.

 

#4 다가오는 23년에는

 나에게 정말 많은 어려움과 위기가 있던 22년 이었지만 그 위기가 도움이 되어서인지 아니면 그간 살아온 세월 덕분인지 내가 가장 부러워하던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 이 될 수 있었다. 아직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 외에는 아직 많이 부족했지만, 23년에는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두 가지 목표를 세울 수 있었다.

 우선 개발의 기초 지식을 좀 더 쌓고 싶었다. 실제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록 기초 지식이 부족함을 느꼈고, 이는 내 실력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졌다. 지금껏 기초지식보다 구현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기초 지식 학습을 뒤로 미뤄두었지만 실무에서 필요성을 느낀 이상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 지금 끝내지 않는다면 언젠가 마음의 큰 숙제처럼 계속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또한 음악이든 그림이든 유튜브든 어떤 형태로든 내 삶을 위한 목표들을 내가 만든 퇴근 이후 시간에 꾸준하게 진행하고 싶었다. 한 번 마음이 무너지고 난 이후 공허한 삶이 계속되었었는데, 그 기간 이후 이런 공백을 채워줄 건강한 취미들이 왜 중요한지를 확실히 알 수 있게 되었다. 아직 깨닫기만 하고 배우기 귀찮아서 못한 취미들을 올해는 꼭 이루리라.

 매년 비슷한 목표를 세우고 절반도 채우지 못했던 이전과는 달리 23년 결과는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 어려움을 겪으며 성장한 나와, 힘든 시간 날 도와준 주변 사람들이 있으니 말이다.

 끝으로 내가 가장 나를 믿지 못할때 나를 믿어준 내 주위 모두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앞으로 다가오는 23년도 잘 부탁드리고, 응원과 영감을 줄 수 있는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여러분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